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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심한 벼락을 동반한 비가 한 시간가량 계속되었다. 도서관의 유리라는 유리는 모두 산산조각 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만큼 대단한 벼락이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층계참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오래된 환영 같은 빛을 흰 벽에 던지곤 했다. 그러나 두 시 조금 전에는 비도 그치고, 산산이 흩어졌던 여러 가지 사물들이 가까스로 화해에 도달한 것처럼, 샛노란 햇살이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빛 속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윽고 저녁때가 되어 나는 폐관준비를 한다. 사에키 상이 나와 오시마 상에게 먼저 가겠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그녀의 폴크스바겐의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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