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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명대사

커피가 있는 풍경 - 무라카미하루키

by 하루키팬 201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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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도 우리는 흠뻑 젖어 갑판 위에서 있었다. 항구 근처에는 스탠드바의 좌석 외에는 테이블이 한개밖에 없는 조그만 커피 숍이 있었는데, 그 곳의 천장에 달려 있는 스피커로부터는 재즈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캄캄한 방에 갇힌 조그만 어린애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는 언제나 커피 잔의 친밀한 온기가 있었고, 소녀들의 상냥한 향기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커피의 맛 그 자체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앞에는 사춘기 그 특유의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이 있었고, 거기에는 커피를 마시는 내 모습이 똑똑히 비쳐지고 있었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울림처럼 따스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모두 마셔 버렸을 때, 풍경이 나를 축복했다. 

그것은 또한 작은 거리에서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은밀한 기념 사진이기도 했다. 자아, 커피 잔을 가볍게 오른손에 들고, 턱을 당기고,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좋습니다. 찰칵.

때로는 인생은 한 잔의 커피가 가져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라고 리처드 브로디건이 어딘가에 썼었다. 커피에 대해 쓴 문장 가운데서 나는 이 글이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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