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1970년 11월 25일
수요일 오후의 피크닉
신문을 보고 우연히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친구가 전화로 내 게 그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가 천천히 읽어준 조간신문의 일단기사는 꽤 평범한 내용이었다. 대학을 갓 나온 풋내기 기자가 연습삼아 쓴 것 같은 서툰 문장이었다.
몇 월 며칠, 어딘가의 길모퉁이에서 누군가가 운전하는 트럭에 사람이 치였다. 그 사고를 낸 누군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다. 그 친구가 읽어준 기사는 잡지의 속표지에 실려 있는 짧은 시처럼 들리기도 했다.
"장례식은 어디서 할 것 같아?"하고 나는 물어보았다.
"글쎄, 모르지"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그 애한테 집 같은게 있었을까?"
물론 그녀에게도 집은 있었다.
나는 그날 당장 경찰에 전화를 걸어 그녀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낸 후에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어 장례식 일정을 물어보았다. 누군가 말했듯이 수고만 아끼지 않는다면 웬만한 일은 곧 알 수 있게 마련이다.
그녀의 집은 예전부터 서민들이 모여사는 번화한 거리에 있었다. 나는 도쿄가 상세히 그려진 구분 지도를 펴놓고, 그녀의 집 번지에 빨간 볼펜으로 표시를 했다. 지도에서 본 그곳은 정말 서민적인 거리였다. 지하철과 국철, 그리고 노선버스가 균형을 잃은 거미줄처럼 뒤얽히고, 서로 겹치고, 개천이 몇 줄기 흐르고 있어 다닥다닥 붙은 길들이 멜론 껍질의 주름처럼 지표에 달라붙어 있었다.
장례식 날, 나는 와세다에서 노면열차를 탔다. 종점과 가까운 역에서 내려 지도를 펼쳐보았지만, 지도는 지구의 정도밖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바람에 그녀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나 담배를 사며 길을 물어야만 했다.
그녀의 집은 갈색 판자로 울타리를 친 낡은 목조 건물이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왼쪽에 조금은 쓸모가 있을 법한 좁은 뜰이 있었다. 뜰 한구석에는 못 쓰게 된 도자기 화로가 팽개쳐져 있었고, 그 화로 속에는 15센티미터나 빗물이 고여 있었다. 뜰의 흙은 검고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가 열여섯 살 때 집을 뛰쳐나간 후 소식을 끊었던 탓도 있어, 장례식은 일가친척들만 모여 조촐하게 치러졌다.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많은 친척이고, 서른을 갓 넘은 그녀의 오빠 같기도 하고 형부 같기도 한 사람이 장례식을 이끌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십대 중반으로 왜소한 편이었는데, 검은 양복의 소매에 상장을 두르고 문 옆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마치 홍수가 휩쓸고 간 직후의 아스팔트 도로를 연상케 했다.
내가 돌아올 때 말없이 고개를 숙이자, 그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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