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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소확행

독서용비행기

by 하루키팬 201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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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별로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는 글을 쓴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무래도 좀 쑥스럽지만, 요 한달동안 꽤 많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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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했는가 하면, 요 한 달 동안 전철이나 비행기를 탈 기회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는 이동이 많으면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이다. 우선 남반구 항로의 비행기로 도쿄-아테네 사이를 왕복했으므로 <편도 약 스무시간> 그 동안 책을 세 권 읽었다. 존 어빙의 <워터메서드 맨>과 닥터로의 <다니엘 서>와 존 고어즈의 <해미트>다. 남반구 항로의 유럽행 비행기는 몸도 마음도 위장도 죄다 기진맥진하게 되지만, 적어도 책만큼은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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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독서벽이 붙어 버렸는지 귀국한 뒤에도 일하는 짬짬이 시간만 나면 핀천의 <경매넘버 49의 외침>을 읽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영어로 읽어보려고 시도하다 좌절했던 소설인 만큼, 번역본이 나온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었다. 물론 핀천의 소설이니까, 술술 읽힐 뿐더러 재미도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만큼 우스꽝스러운 소설도 흔치 않을 테니 흥미가 있는 분은 꼭 읽어 보길 바란다. 그 다음에는 존 어빙의 신작 (여전히 무턱대고 긴 소설)<더 사이더하우스 룰즈>의 후반부를 다 읽었는데,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은 도저히 한마디로 말할 수 없으므로 통과해야겠다. 그러고 나서 스파게티 소설을 세 권, 크럼리의 <댄싱 베어>와 리처드 콘든의 <여자와 남자의 명에>(제목의 뜻은 불명)와 마이클 Z.류인의 <침묵의 세일즈맨>이다. 스파게티 소설이란 것은 내가 만들어 낸 말로, 스파게티를 삶으면서 읽기에 적당한 소설이라는 의미다. 물론 이들 작품을 깔보는 게 아니다. 스파게티를 삶으면서도 자꾸만 손에 들게 되는 소설이라고 해석해 주기를 바란다. 세 권 중에서는 <여자와 남자의 명예>가 제일 재미었었던 것 같다. 


-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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