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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글쓰기

'어떻게 쓰는가'와 '어떻게 사는가' - 무라카미하루키

by 하루키팬 2018.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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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앞으로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는 젊은이들에게 "문장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는 질문을 받는다. 나 같은 사람한테 그런 걸 물어 봐야 아무 소용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하여튼 그런 일이 있다.

문장이라는 것은 '자, 써야지'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제대로 써지는 게 아니다. 먼저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걸맞는 내용과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은 전체가 아닌 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기성 작품의 내용이나 스타일을 빌어와 적당히 넘기게 된다. 

기성 작품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해되기 쉽기 때문에, 제주 많은 사람이라면 '와, 잘 쓰는데"하는 소리를 곧잘 듣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본인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게 된다. 좀더 칭찬을 들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망가진 사람을 나는 몇 사람이나 보았다. 문장이란 양적으로 많이 쓰면 확실히 좋아진다. 그러나 자신 속에 곧은 방향 감각이 없는 한, 그 능숙함은 '재주'로 끝나고 만다. 

그러면 그 방향 감각은 어떻게 하면 갖춰지는 것인가? 요는 문장 운운하는 건 제쳐두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은 의미다. 어떤 식으로 여자를 꼬실 것인가, 어떤 식으로 싸울 것인가, 초밥집에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뭐 그런거다. 

대충 그런 짓을 해보고, '뭐야, 이런 거라면 딱히 문장 같은 걸 일부러 쓸 필요도 없잖아'하는 생각이 들면 더없이 행복할 테고, '그래도 아직 쓰고 싶은걸' 하는 생각이 들면 - 잘 쓰고 못 쓰고는 별도로 하고 - 자기만의 독특한 문장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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