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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라디오 - 드라이브를 위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특히 내 차는 지붕이 없어서 날씨 좋은 오후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신나게 들으면서 바깥을 한 바퀴 돌면 머리가 시원해진다. 에릭 버든과 애니멀즈의 오래된 곡으로 "스카이 파일럿"이란 것이 있는데, 이 것을 계속 틀어 놓고 핸들을 잡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고조된다. 사견이지만, 다차원의 세계에 가 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흥미 있는 분은 시험해 보시길 (안전띠를 잊지 않도록) 47 2018. 9. 16.
해변의카프카 너는 옳은 일을 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단 말야. 앞으로도 그럭저럭 잘해 나갈 수 있을 거야. 어쨌든 넌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니까. 자신을 가지라구. 숨을 고르고 요령 있게 머리를 회전시키는 거야. 그러면 틀림없이 잘해 나갈 수 있어. 다만 넌 아주 조심해야만 해. 이건 누군가가 흘린 피거든, 진짜 피, 더구나 많은 양의 피야. 누군가가 지금쯤 네 행방을 열심히 찾고 있을지 몰라. 자, 행동에 옮기라구.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밖에 없어. 가야 할 장소는 한 곳밖에 없단 말야. 거기가 어딘지 넌 잘 알고 있을거야. 142 2018. 9. 15.
무라카미라디오 생각컨데, 인간의 실체란 것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인가의 계기로, '자, 오늘부터 달라지자!'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무엇인가가 없어져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마치 형상 기억 합금처럼, 혹은 거북이가 뒷걸음질 쳐서 제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처럼 엉거주춤 원래의 스타일로 돌아가 버린다. 결심 따위는 어차피 인생의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8 2018. 9. 14.
무라카미라디오 - 크로켓 종종 상점가 정육점에서 갓 튀긴 크로켓을 산다. 그리고 옆집 빵가게에서 금방 구운 식빵을 사서 근처 공원에 가서 빵에 크로켓을 끼워 골치 아픈 일 따위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먹기만 한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레스토랑이 있지만, 기분 좋게 개인 가을날 오후에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런 거리낌없이 뜨거운 크로켓 빵을 씹어먹는 기쁨에 필적할 것이 있을까? 아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먹는 이야기가 많군. 87 2018. 9. 14.
무라카미라디오 - 스비아토슬라프 히리터 드뷔시의 음악 중에 "판화"라는 제목의 곡이 있다.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처음이 '탑(파고다)', 두번째가 '비의 정원', 마지막이 '그라나다의 밤'이다. 각각의 이국적인 정경을 인상파 그림처럼 피아노가 멜로디로 세밀하게 묘사해 간다. 아름다운 곡이니 기회가 있으면 꼭 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나는 고등학교 때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라는 피아니스트의 레코드로 이 곡을 자주 들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레코드가 너덜거릴 때까지 듣고 또 들어 구석구석까지 기억했다. 리히터는 냉전 시절의 러시아인으로 그때까지 서방에 거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환상의 피아니스트였지만, 1960년 전후 처음으로 외국에 연주 여행을 하여 이탈리아에서 라이브를 녹음했다. 이 "판화"도 그때의 연주.. 2018. 9. 14.
무라카미라디오 - 진구구장 김밥 옛날에 아오야마 진구 구장에 가기 전에 꼭 들리던 초밥집이 있었다. 그 가게에서 도시락으로 특제 김밥을 사갔다. 저녁 6시 전이어서 손님도 별로 없었고, 주인도 가게에 나와 있지 않았다. 카운터에서 흰살 생선회를 안주로 하여 맥주를 마시면서 안면 있는 젊은 주방장이 굵은 김밥을 만드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머잖아 야구 시합이 시작된다. 그런 것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해야 할까. 아내는 야구를 보러가지 않아서 이따금 다른 여자를 데리고 구장에 갔다. "오늘은 (드물게) 데이트를 하시는군요." 하고 주방장이 말을 걸면, '그렇소'하고 나는 대답했다. 여름 저녁녘의 바람을 맞으면서 우리는 외야석에 앉아 종이컵의 생맥주를 마셨고 금방 만든 김밥을 나누어 먹었다. 56 2018. 9. 14.
해변의카프카 "그렇지만 그것은 역시 너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야. 아무도 너를 대신해서 생각해 줄 수 없어. 요컨대 사랑을 한다는 건 그런 거야, 다무라 카프카 군. 숨이 멎을 만큼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네 몫이고, 깊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것도 네 몫이지. 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그것을 견뎌야만 해" 236 2018. 9. 12.
10월 21일 무라카미라디오 2회 방송이 시작됩니다. 8월 방송했던 무라카미라디오에 이어 2번째 무라카미라디오가 시작됩니다. 방송일은 10월 21일 일요일 오후 7시부터 7시 55분까지입니다. 도쿄FM에서 진행되는데요.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전 방송은 아래의 블로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2018/09/07 - [라디오와음악] - 8월 5일 도쿄FM에서 방송했던 무라카미라디오를 공유합니다. 2018. 9. 11.
1Q84 3 구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마음이라는 작용이 시간을 얼마나 상대적인 것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는지, 그 빛 아래에서 덴고는 새감 절감한다. 이십 년은 긴 세월이다. 그사이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수많은 것이 태어나고 그와 똑같은 만큼 수많은 것이 사라져간다. 남겨진 것도 형태를 바꾸고 변절되어간다. 긴 세월이다. 하지만 한번 정해진 마음에는 그게 너무 길다고 할 일은 없다. 가령 두 사람의 만남이 지금부터 이십년 후라 해도, 그는 아오마메를 마주하고 역시 지금과 같은 마음을 품었을 것이다. 덴고는 그걸 안다. 만일 두 사람이 나란히 쉰 살이 되어 있다 해도, 그는 아오마메를 마주하고 역시 지금과 똑같이 가슴이 거세게 뛰고 지금과 똑같이 깊이 뒤흔들렸을 게 틀림없다. 똑같은 기쁨과 똑같은 확.. 2018. 9. 11.
해변의카프카 격심한 벼락을 동반한 비가 한 시간가량 계속되었다. 도서관의 유리라는 유리는 모두 산산조각 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만큼 대단한 벼락이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층계참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오래된 환영 같은 빛을 흰 벽에 던지곤 했다. 그러나 두 시 조금 전에는 비도 그치고, 산산이 흩어졌던 여러 가지 사물들이 가까스로 화해에 도달한 것처럼, 샛노란 햇살이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빛 속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윽고 저녁때가 되어 나는 폐관준비를 한다. 사에키 상이 나와 오시마 상에게 먼저 가겠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그녀의 폴크스바겐의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45 201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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